과거에도 현재에도 아마도 앞으로 미래에도 소고기 인기는 꾸준할 것 같습니다. 소고기 중에서도 마블링이 촘촘하게 박힌 최고급 한우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귀한 먹거리입니다. 하지만 이런 마블링이 꼭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마블링이 소고기 맛의 척도가 된 배경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미국, 호주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은 소의 나이와 건강상태, 마블링 등을 종합해 소고기의 등급을 8단계로 나누는데 이 중 최고인 ‘프라임’ 등급의 마블링 함유량은 8~10% 정도로, 한국의 중간 등급인 1등급과 2등급 사이 정도밖에 안 됩니다.
미국이 소고기 판단 기준에 마블링의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옥수수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된 옥수수의 국내 소비와 수출이 한계 부딪치자 새로운 소비처로 방목을 하던 소에 옥수수를 먹이면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맞았습니다.
하지만 축산농가는 농장의 풀을 먹으며 ‘공짜’로 키웠던 소에 옥수수 사료라는 돈을 투자해야 했기 때문에 축산농가는 옥수수 사료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고민하던 농무부가 옥수수 사료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고기의 등급 판정에 마블링 개념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마블링 함유량이 높은 소를 키우는 방법
마블링 함유량이 곧 높은 등급의 한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소를 키우는 방법은 조금 충격적입니다.
풀 대신 전분이 많고 섬유질이 적은 옥수수 사료를 먹은 소는 되새김질(반추)이 중단되면서 가스를 배출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포화지방이 몸에 쌓이고 지방산이 줄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마블링입니다.
이러한 마블링 함유량을 높이기 위해서 좁은 구획 내에 여러 소가 다닥다닥 붙어 지내게 합니다. 우리에 갇혀 지내며 살이 찐 소들은 근육량 부족으로 몸을 가눌 힘이 없어 자주 눕게 됩니다.
분뇨 냄새가 가득한 축사에서 평생을 보내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건강 상태도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지방은 육질 등급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데, 건강한 소들보다 살찐 지방 덩어리 소들이 소위 투플러스(1++) 같은 높은 등급을 받게 됩니다.
소는 원래 풀을 먹고 자라는 초식동물이지만 풀만 먹여 키운 소의 고기는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습니다. 풀 먹인 소는 몸무게가 빨리 불지 않고 지방도 잘 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옥수수나 콩으로 만든 곡물사료를 주로 먹입니다.
곡물사료를 먹고 자란 소들은 살이 잘 붙고 빨리 성장하는데 특히 옥수수에는 지방을 축적시키는 오메가 6 성분이 많기 때문에, 옥수수로 키운 소는 풀 먹인 소보다 포화지방이 10배 이상 많아져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근육 사이사이 하얀 지방이 박히는 마블링도 잘 형성돼 있게 됩니다.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가 건강에 좋지 않은 이유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가 품질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소에게 풀만 먹일 경우 근육에 지방이 거의 들어차지 않습니다. 소고기의 마블링은 옥수수로 만든 ‘지방’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블링이 좋은 소는 근육에까지 지방이 차 있는, 지방간에 황달까지 온 최악의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소가 지방간을 넘어 간경화에 이르는 지경이 되어야 지방은 비로소 근육 안으로 침투해 마블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의 고기를 섭취하면 인간도 그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옥수수 배합사료로 키운 소고기는 오메가 6과 3의 비율이 108 대 1로 심각하게 불균형한데, 이 같은 수치는 고기를 먹는 인간에게도 그대로 축적됩니다.
체내 이상적인 오메가 6와 3의 비율은 4 대 1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균형을 깨고 오메가 6을 과잉 섭취하면 염증 유발 물질로 바뀌면서 대사증후군이라 불리는 비만, 고혈압, 당뇨, 뇌졸중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 됩니다.
또한, 오메가 6 지방산이 암세포를 키울 수 있다합니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오메가 6으로 구성된 옥수수기름 속 지방으로 전체 섭취 칼로리의 40%를 섭취한 쥐들은 단 12%만을 섭취한 쥐들보다 전립선암 발병률이 27%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풀 먹인 방목 한우를 섭취해야하는 이유
오처드그래스, 톨페스큐, 화이트클로버, 켄터키블루그래스 등 방목 동물용 대표 먹거리 풀이 가득한 방목지에서 자란 이곳 소들은 축사에서 사육된 소들보다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합니다.
또한,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소금을 찍지 않아도 짠맛 등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옵니다. 지방 함유량이 낮은 덕분에 근조직 차이가 부각돼 등심, 안심, 갈빗살 등 부위별로 맛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다만 지방이 적어 일반 한우에 비해 고소한 맛이 덜하고 식감은 다소 질길 수 있습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농가에서는 마지막 몇 주간 소들을 비육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비육은 지방 축적을 위해 운동을 제한하고 고열량 사료를 먹이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 농장은 생후부터 도살 때까지 내내 축사에 가둬 곡물 사료를 먹이지만, 도축 직전 짧은 비육기를 거치면 마블링이 가득한 한우와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세계 10대 푸드 중 하나인 토마토.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세상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