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교육감을 부모들이 선발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교육감의 성향과 능력은 TV토론이나 공약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서울시는 첫 공정택 교육감이 비리에 얽혀 있었다는 불미스러운 과거를 뒤로 하고 곽노현 교육감 시대가 된 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취임 초기부터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서 재판을 하느라 재직기간 동안 반 이상을 대행체제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교육감마다 다른 교육제도
곽노현 전 교육감은 고등학교에서도 모든 과목에서 수행평가를 실시하도록 하였고 비중도 5%에서 30%로 늘려 고3까지 반영하도록 했습니다. 고3 학부모들의 반발은 실로 거셌습니다.
각 과목당 풀어야 할 EBS문제집이 몇십 권인데 재수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수행평가를 하게 하다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의 반발에도 지침을 내려보내 시행을 강요했습니다. 고3 아이들은 수능 공부를 하다가 중간 · 기말고사 직전에는 수행평가 준비를 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곽노현 전 교육감이 1학기 기말고사를 치기 전에 재판에 회부되었고 대행체제로 바뀌었을 때입니다. 이때 대행을 맡은 교육감은 일선 학교들의 불만을 완화시키기 위해 수행평가 비중은 줄이지 않되 그 내용은 교사들에게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교사들은 수행평가를 수능 준비와 병행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바꾸어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곽노현 전 교육감이 재판이 확정이 되지 않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2학기는 다시 예전 체제로 돌아가는 파행을 겪게 됩니다.
결국 고3들은 수능을 보기 직전인 2학기 중간고사 기간까지 수행평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수능이 끝난 후에 실시하는 기말고사에서는 수행평가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입에서 수시전형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이런 파행적 스케줄 속에서 희생자가 되었습니다.
N수생들은 수능과 논술준비에 집중할 수 있을 시기에 학교 수업을 듣고 수행평가까지 준비해야 하는 재학생들은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미 선행과 심화 준비가 끝난 아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교육제도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고 국력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교육 현장은 독립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놀라고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하길래 우리는 불만인 이 상황을 좋게 보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가 보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은 놀라운 교육열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미국에 비해 자주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교육제도가 자주 변하는데 국민들이 아무 말 않고 따라주는 것은 그 사회가 잘 통제되고 있다는 뜻이고 바로 그 점을 부러워한다는 것입니다. 제7차 교육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한 지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교육과정은 더 이상 8차, 9차가 되지 않았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데 너무 자주 바뀐다는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이제 몇 차인지 이름을 붙이지 않고 ‘몇 년도 개정안’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1~2년에 한 번씩 바뀌는 교육과정은 가벼운 내용이 아닙니다.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몇 년도 개정안’은 학부모들에겐 몇 가지 수정되는 내용인가 보다 하는 안일한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이 알기 어렵습니다. 학교는 지침에 따르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명문고와 명문대에 입학하기만 하면 된다는 무관심이 팽배해질 것입니다.
아는 것이 없으면 학부모들은 입시전문가들을 더 찾게 되고 국가의 교육정책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사교육의 입김이 더 거세질 것입니다.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정보 활용의 목적은 아이들에게 명문 고등학교와 대학에 들어가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렇듯 교육제도가 자주 바뀌는 환경에서는 누구의 정보가 들어맞을지 알기 어렵고 그 정보도 계속 맞으리라는 보장도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