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등산을 하지 않다가도 시산제에는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산제는 산악인들이 한해 무사하게 산행을 기원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시산제 상차림 음식
시산제 상차림은 과하게 하지 않는 편입니다. 시산제 상차림에서 주로 올리는 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돼지머리
- 북어
- 시루떡
- 과일
- 막걸리
삶은 돼지머리는 필수이고, 술은 반드시 탁주로 쓴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제상은 얼음이 없는 산등성이의 마른 풀밭 위에 차립니다.
시산제 축문 예제
시산제 축문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래 제가 다니는 산악회에서 사용하는 시산제 축문을 공유하오니 적당히 수정하셔서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저희 0000회를 위주로 한 선후배 동창들이 이곳 00산 중턱에 올라 산을 지켜주시는 산신령님께 고하나이다.
저희는 산을 배우고 산을 닮으며 건강을 찾고자 모였습니다. 그간 무엇보다도 다친 이도 없었고 낙오자도 없었으니 이는 신령님의 자애로운 보살핌의 덕이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오늘 이곳을 찾아 감사의 산신제를 올리는 뜻도 바로 거기에 있나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되 일단 산에 오르면 산이 곧 나이고 내고 곧 물이며 구름이며 나무이며 풀이며 바위이며 흙입니다.
산의 모든 하나하나가 모두 제각기의 모습과 몸짓으로 서로를 소리쳐 부르는 아름다운 조화로 가득 찬 산과 골짜기를 걸을 때마다 조용히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칠순이 너무 백발이 되고 주름이 패인 늙은이들의 흥에 겨워 흥얼대는 노래소리나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우리의 경망스러움도 너그러이 들어주시며 오로지 무사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우리의 발걸음을 보살펴 주시옵소서.
우리 일행은 매주 산을 두루 다니며 건강과 우애를 돈독하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의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항상 우애가 넘치는 친구가 되게 하소서.천지간의 모든 생명을 갖는 것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뜻이 있나니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함부로 하지 않으며 자연을 사랑하고 더럽히지 않으며 아름답고 그윽한 마음으로 산행을 하고 싶나이다.
오늘 우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적고 보잘 것 없지만 이는 우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 거두소서.
이제 올리는 이 술 한잔 받으시고 올 한해 우리의 산행길이 화기애애한 가운데 산행할 수 있도록 굽어 살펴 주소서.
또한 이자리를 함께 한 우리 일행과 가족 그리고 모든 산악인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면서 절과 함께 한 순배 크게 올리나이다.
2000년 0월 0일
000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