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요즘’ 사춘기

어린 시절에는 아이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왜요?”라고 물을 때마다 정성껏 대답해주던 부모들도 어느 순간 자신들이 시키는 일마다, 나누는 대화마다 아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왜요?”라고 받아치면 화부터 치밀어 올립니다.

아이들의 비교 시작


사춘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아이들이 다른 집 부모와 자신의 부모를 비교하기 시작할 때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친구 엄마들은 해도 된다고 하는데 왜 엄마만 못하게 해?”라고 떼를 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랠지 고민된다면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는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되었을 때 왜 그래야만 하는지 의문이 생기고 부모가 자신이 납득할 만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화를 내게 됩니다. 이때 아이가 부모를 상대로 설득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누구네 집에서는 된다고 했다’라는 말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주로 등장하는 집은 언제나 아이가 원하는 건 뭐든 해주기로 유명한 집인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 부모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해도 늘 자신의 아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 해줍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못하게 되었을 때 그 상황이 쉽게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설득할 이유를 찾기란 녹록치 않습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은 꼭 하고야 마는 성격으로 키웠다면 더욱 어렵습니다.

사춘기-이미지

조기 사춘기

요즘 아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사춘기가 일찍 시작됩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가 되면 벌써 사춘기의 조짐인 ‘말대꾸’가 시작됩니다. 이는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묻는 말에 대답하는 교육을 시키고 학교에서는 ‘왜?’라는 생각을 하도록 교육시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에 대답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다시 되묻습니다.

부모 세대와의 대조

부모 세대는 학교에 갔다 오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동네를 뛰어다니며 오늘은 뭐하고 놀지 고민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리 큰 행사가 없었던 시절이라 어쩌다 한 번 학교 운동장 대형스크린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영화를 보거나 기껏해야 텔레비전을 보며 세상 돌아가던 사정을 알던 시절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의 간섭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알아서 잘 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자신의 아이들도 알아서 잘 커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그룹과 부모가 챙겨주어 잘된 친구들을 보니 우리 아이들도 좀 챙겨주며 키우겠다는 그룹으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의사소통의 중요성

많은 부모들이 의사소통하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기보다는 그냥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자연스레 몸으로 체득한 경우가 많습니다. 나 역시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그대로 해보지만 어떤 말부터 시작할지 잘 몰라서 종종 다투곤 합니다.

마음과 달리 나가는 말들과 나의 생각을 말했지만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오해를 사는 일도 허다합니다.

질문의 한계

부모 세대는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첫 번째가 ‘질문하기’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질문이 아닌 이상 질문하기는 의사소통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질문 그 자체일 뿐입니다.

질문하기엔 아마추어인 부모들은 아이의 창의성을 개발한다는 생각으로 늘 “왜?”라는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처럼 먹는 것을 고르는 것에는 의견을 묻다가 “옆집 친구와 만나기로 할까?” 같은 ‘네’, ‘아니오’로 하는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들을 많이 해왔습니다.

아이들은 묻는 데 그저 대답만 하면 편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공부만은 아이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부모들의 의도대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부모들의 질문은 아이들이 이해할 만한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의사소통의 기본인 ‘듣고 말하기’ 중 ‘듣기’는 생략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교육의 영향

학교는 아이들에게 상황에 대해 왜 그런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풀어서 설명할 수 있게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런 교육을 10년 받은 아이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는 격분하고 남들과 함께 지켜야 할 규칙은 “왜요?”라고 질문합니다.

학생들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 발의되고 시행된 ‘학생조례안’ 덕에 모두가 지켜야 할 학칙을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지위가 올라 존중받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자신은 그 같은 학칙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고개를 내두르고 지키지 않는 아이들에게 무슨 얘기부터 해야 할지 난감하다.

역할과 권리

우리가 이 시기일 때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참기도 하고 일단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후 부당한 상황이 생기게 되면 감내하거나 문제를 제기해 징계를 받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아이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모세대에는 개인보다는 나라가 더 앞선 ‘반공주의’와 ‘충효’가 강조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6년간 애국가 4절까지 외우기 시험도 치고 무궁화 그리기 대회와 태극기 정확하게 그리는 시험도 있었습니다.

태극기에 대한 예절교육도 시험을 따로 봐서 성인이 된 지금도 국민교육헌장과 태극기에 대한 예절, 애국가 4절까지는 대부분 암기하고 있습니다. 단체생활이 강조되었고 개인보다 나라가 항상 앞서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은 소홀히 다루어졌고 그 후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데 많은 희생이 생겼습니다.

학교에서는 남녀 할 것 없이 단체기합도 많이 받아 나의 잘못이 친구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들이 있지만 국민들의 열망으로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비운의 세대가 자식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교육을 시키기 시작한 이후, 우리 아이들은 거침없이 자신들이 불편하거나 좋은 것들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들은 하도록 도와주어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 아이들이 원하는 일을 해줄지에 대해 경계선을 긋기란 어려운 법입니다. 아이들이 원한다고 마냥 풀어줄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른 아이들이 다 가지고 있다고 게임보이를 최신형으로 사주어야 하고 새로운 팩이 나오면 또 사주어야 하는 부모의 처지는 중학생이 되어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친구들이 몇십 만 원짜리 점퍼를 입고 다니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등쌀에 애먼 남의 집 부모들을 욕하게 됩니다.

스마트폰의 등장

고등학생이 되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이 밉기 시작합니다. 스마트폰은 고가인데다 통신료도 비싸고 ‘카카오톡’ 같은 채팅 어플리케이션이 깔려 있어 문자가 올 때마다 “카톡!” 거리면 공부를 하다가도 답장을 보내는 아이를 보는 것도 인내가 필요한 일입니다.

공부할 때는 하지 말라는 얘기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먹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약

아이들의 사춘기는 현재와 과거의 부모 세대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더 많은 의사소통을 요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며 자유롭게 성장하려 합니다. 부모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아이들의 개인적 권리와 발전에 대해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고 교육해야 합니다. 부모들은 의사소통 방법을 향상시키고 아이들의 권리와 의견을 존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희망과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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