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여야 할 대상이 한 명일 경우에는 헷갈릴 일이 없지만, 여러 명일 경우에는 누구를 높이고 누구를 낮춰야 할지 혼란을 겪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이럴 경우, 압존법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압존법 뜻과 예시
압존법은 한자어로 누를 압(壓), 높을 존(尊), 법 법(法) 자가 합쳐서 만들어진 말로, 존경의 마음을 억제하여(壓) 표현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압존법의 특징은 듣는 사람을 고려해 높여야 할 대상인 주체를 높이지 않는 것입니다. 말하는 이의 입장에서 서술의 주체가 높여야 할 대상이라도, 듣는 이가 주체보다 더 높은 대상일 때는 주체 높임 선어말어미 ‘-(으) 시-‘를 붙이지 않습니다. 즉, 청자를 기준으로 사용하는 존대법입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는 할아버지가 더 높은 대상이기 때문에 아버지를 높이지 않는 것입니다.
즉, 할아버지께 말씀드릴 때 “아버지께서 오십니다.”라고 하지 않고 “아버지가 옵니다.”라고 말합니다. 상사 A에게 상사 B에 대해 말할 때 “부장님께서 결재하셨습니다.”라고 하지 않고 “부장님이 결재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압존법 폐지
국립국어원이 2012년 3월 개정 발간한 ‘표준 언어 예절’에 따르면, 압존법은 전통적으로 가정 내, 사제 간에서 사용되었으며, 직장과 사회적 관계에서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 예절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에서는 군기 확립을 이유로 ‘다나까 말투’와 압존법이 오랫동안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딱딱한 말투와 잘못된 언어 표현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군 문화를 경직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압존법을 사용해야 할 경우, 신병들이 상급자의 서열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에 과도한 서열문화를 조장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군의 압존법 사용 문화 개선을 2016년 1월에 권고하였고, 2016년 2월 24일 군에서도 압존법 사용을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압존법 및 다나까 말투 개선 지침’이 2016년 3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압존법 회사
압존법은 공적인 관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장 내에서 오용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쿠팡플레이에서 공개한 시트콤 <유니콘>에서 이러한 세태를 적나라하게 풍자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냈습니다.
맥콤 CEO 스티브(신하균)는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지향한다고 말하면서 직원들에게 영어 이름을 쓰게 합니다. 서로를 편하게 부르며 친근한 회사 분위기를 형성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누구보다 자신을 높이 존대해 주길 바라는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 스티브: 여기는 다 평등합니다. 우리 다 영어 이름 쓰는 거, 들었죠?
- 제이: 어제 애슐리가 얘기해 주셔서
- 스티브: 애슐리가 얘기해 줘서
- 제이: 네?
- 스티브: 애슐리가 얘.기.해.줘.서 압존법. 애슐리가 나보다 밑이니까
- 제이: 아, 죄송합니다. 대표님
- 스티브: 아니, 대표님 아니에요. 나 스티브. 제이, 애슐리, 편하게! 우리 다 수평입니다.
이처럼 직장에서 오용되는 압존법은 평등한 기업문화를 저해합니다. 대사에서 엿볼 수 있듯, 존중의 마음은 사라지고, 씁쓸하고 불편한 기류만 남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 이야기하든 간에 본인보다 상급자인 사람에 대해서는 평등하게 높여 말하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