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학부모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과학을 선행으로 시키려 학원에 갔다가 ‘융합과학’과 ‘통합과학’ 중 어느 쪽을 공부시켜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교육과정의 개편으로 융합과학 과목을 배우게 되었는데 교육과정에 대한 교장재량권이 동시에 생겨 학교에 따라 배우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긴 탓입니다.
교육과정 변경으로 인한 어려움
아직 학교 배정이 안 나온 상황이라 배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만 했습니다. 학부모들은 통합과학과 융합과학의 차이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과학과목만 미리 선행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물리나 화학을 배우려 했는데 아이들이 고2가 되면 과학 책이 다 바뀌어 미리 배우는 것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갑자기 과학을 선행한 집들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많이 달라진다고 하니 선행한 처지나 새로 시작하는 처지나 큰 차이가 없어지니 말이었습니다.
2011년 중학교 1학년부터 시작된 ‘집중이수제’는 2012년 고등학교 1학년에서도 실시되었습니다. 집중이수제는 여러 학년을 거쳐 이수하는 교과를 학년별로 이수하거나 1년 동안 이수하는 교과를 한 학기 동안 집중하여 수업을 듣는 것으로 과학과목이나 사회과목들 중에서 선택되고 있습니다.
교장재량권에 따라 일반계 고등학교도 어느 학교는 1학년 때 문·이과 진학 여부에 상관없이 생명과학 같은 과학과목과 한국지리 같은 사회과목을 들었습니다.
학교에 따라 융합과학을 듣지 않고 과학과목을 곧바로 수업하는 학교도 많고 과학과목이나 사회과목 선택도 학교마다 달랐습니다. 심지어 집중이수제 과목도 학교마다 달랐습니다.
고교 선택제 실시로 인한 전략
서울은 고교선택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특목고 진학을 선택하는 전기고 선택이 끝나고 일반계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후기고 선택은 원하는 학교를 1, 2 지망에 쓰지만 추첨에서 떨어지면 집 가까운 곳으로 강제 배정됩니다. 많은 아이들이 인기 있는 학교를 지원하기에 1, 2 지망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3 지망은 어느 학교로 배정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미리 가게 될 학교의 교육과정을 알아보고 준비하기는 어렵습니다. 학교마다 교육과정에서 이수하는 과목들이 다르고 공부하는 기간이 달라 학원가에는 시험기간이 되면 학교별 내신반을 따로 만들어 수업을 진행합니다.
그런 점이 불편하면 아예 학교별 팀을 만들어 학교 내신관리와 수능 준비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전략을 짜려고 합니다. 학원에서도 수업 듣는 학생 수가 많은 학교 중심으로 반을 짜기 때문에 따로 내신 관리를 해주지 못하는 학교들도 생겼습니다.
엄마들은 피해를 보지 않으려 팀 수업을 하려고 하지만 과목에 따라 실력 편차가 심해 인원을 모집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중학교 때부터 같이 공부해 온 아이들을 중심으로 팀이 만들어지고 고등학교가 달라지면 그마저도 계속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집중이수제는 배우는 시간 수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어렵거나 암기할 내용이 많은 과목을 짧은 기간 동안 공부하기 때문에 실제 공부 효과를 보는 게 힘듭니다.
예를 들어 도덕을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집중이수 교육을 하다 보니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이 윤리사상과 생활윤리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공부 양도 너무 많아 포기하는 과목이 되어버렸습니다. 음악은 집중이수기간 동안 심도 깊은 공부를 할 기회가 생겨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집중이수제 시행은 이과 과목과 문과 과목 한 과목씩 선택하여 시행되고 있는데 특정 학교는 화학 같은 과목을 고1 때 1년간 교육시켜 문과생 지망자들에게는 곤혹스러운 한 해가 되기도 합니다.
교육과정 변경으로 인한 어려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영어교육이 ‘커뮤니케이션 교육’으로 바뀌고 있는지 몰라 영문법 위주의 공부를 한 집들은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에세이 쓰기나 프레젠테이션, 영어로 말하기 같은 수행평가 준비를 미리 하지 못해 당황하게 됩니다.
강남에 살고 있으면서도 외국에 나간 적이 없고 영어 유치원을 다닌 적이 없는 어느 학생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 수행평가 내용이 공지되면 도와줄 선생님을 찾아야 했습니다. 영어책을 읽을 수는 있지만 말하고 쓰는 일은 무척 부담스럽고 하루아침에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커뮤니케이션 교육과정은 고등학교까지 이어진다. 이 학생은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새롭게 영어로 말하기와 듣기, 읽기와 쓰기 연습을 시작하였습니다. 3년간 노력하면 고등학교에 가서는 고생하지 않으리라 기대하면서입니다.
강남 아이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영어를 잘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지만 모든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고 모든 아이들이 외국생활의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아이들은 친구들의 놀라운 영어 실력에 주눅이 들어 영어에 자신감을 잃고 삽니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영어 성적 산출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이외에 수행평가가 존재하는 한 아이들의 영어 사용 능력의 차이는 크고, 쉽게 그 갭을 줄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이들의 교육과정의 내용을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교육과정을 이해하다 보면 장기적인 교육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되고 학원가나 엄마들의 입소문에 흔들릴 필요도 없게 됩니다.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떠도는 정보의 허와 실을 구분할 수 있고 아이들이 신뢰할 만한 정보력을 가진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부나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 대해 친절하게 홍보를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교과부나 교육청, 교육과정평가원 같은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우리 아이의 교육과정을 찾아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