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드 다이아몬드(81)의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1997)가 한국어로 소개된 것은 1998년 8월이었습니다. 20년이 넘게 흘렀지만 이 책은 여전히 스테디셀러입니다. 이 글에서는 총, 균, 쇠 줄거리에 대해 간단히 요약해보겠습니다.
총, 균, 쇠 줄거리
다이아몬드는 유대인 가문 출신으로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입니다. 그는 인류학을 전공하여 학사 학위를 마치고 대학원에서 생리학을 공부하여 의대 교수가 되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뉴기니 지역에서 현지 조류를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50대에는 지리학을 공부하여 지리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이런 다채로운 지적 배경이 ‘총, 균, 쇠’에 고스란히 녹아들었습니다.
한 뉴기니 원주민이 다이아몬드에게 던진 말이 이 책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왜 그들(서구인)만 우리에게 화물(문물)을 가져오는가?” 실제로 오늘날 문명은 지역별로 불평등합니다. 특히 유럽 사람들과 그들 중 아메리카로 이주한 사람들이 세계의 부와 힘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동아시아 사람들이 활발하게 가세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지역 사람들은 비참하게 살해당했거나 지금도 여전히 예속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의 원인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요? 전통적으로 가장 흔한 답변은 ‘태어날 때부터 다르기 때문에’였습니다. 인종주의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통념을 단호하게 부정하며, 거대한 인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불평등한 문명의 뿌리를 날카롭게 파헤친 것이 바로 ‘총, 균, 쇠’입니다. 이 책은 그런 불평등이 생래적 요인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인류가 원숭이나 침팬지와 더불어 유인원(類人猿)에서 갈라져 나온 것은 대략 700만년 전이었습니다. 무대는 아프리카였습니다. 인류는 거의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진화를 거듭하다가 약 100만 년 전부터 전 세계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아메리카 남단까지 도달하여 기본적인 확산을 마친 것이 대략 1만 2000~1만 3000년 전이었습니다. 바로 최종 빙하기가 끝나던 시기였습니다.
유라시아(북아프리카 포함)에서는 대형 포유동물이 오랫동안 인류와 더불어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시베리아, 호주, 남북아메리카 등지의 대형 포유동물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인류와 무방비 상태로 맞부딪쳤습니다. 그런 지역의 대형 포유동물은 순식간에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습니다. 특히 호주에서는 완전히 전멸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인류는 누구나 수렵채취인이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특별히 문명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문명은 전 세계적으로 평등했습니다.
그러다 일부 지역에서 차츰 야생식물을 가축화하거나 작물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만여 년 전에 농업혁명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생산력이 증대하고 정착생활이 이뤄지며 인구가 급증했습니다.
더구나 농업은 잉여생산물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정치적 조직이 탄생되었습니다. 동시에 왕·관료뿐만 아니라 병사·사제·숙련공·필경사 등 각종 전문직 종사자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기능적 분업을 통해 사회는 점점 규모를 확대하며 가속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농업혁명은 지역별로 불균등하게 이뤄졌습니다. 더구나 환경특성상 아예 그것이 불가능한 곳도 있었습니다.
인류가 길들인 동식물은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길들일 만한 후보 동식물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환경적으로 농업혁명에 가장 유리한 곳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중근동 지역)이었습니다.
오늘날 가축이나 농작물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길들여졌습니다. 중국 등 몇몇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농업혁명이 진행되었지만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 밖의 지역에서는 대형 포유동물이 거의 멸종 상태이거나 길들이기 어려운 동물도 있었습니다. 가축으로 길들여진 대형동물은 유용한 동력과 운송수단을 제공해 문명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따라서 소나 말의 가축화는 문명 발전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농업혁명을 일찍 이룩한 유라시아를 중심으로, 제국 건설, 문자 발명, 총 제작, 쇠 다룸 등을 이룩한 집단은 병균에 대한 면역력도 보유하였습니다. 이 집단에서는 전염병이 대규모 정주 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전파되었으며, 오랜 시간 동안 전염병에 시달려 유전적 면역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문명은 확산되면서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유라시아는 문명 전파 속도도 가장 빨랐습니다. 비슷한 위도를 가진 동서축은 문명 전파에 유리했습니다. 반면 남북아메리카나 아프리카처럼 위도 차가 큰 남북 축은 전파에 불리했습니다.
신·구 세계가 처음 조우했을 때 문명의 불균등이 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때 농업혁명의 결과물인 총, 균, 쇠로 인해 북미와 호주 등의 원주민이 거의 절멸되고 그 자리를 유럽의 이민자들이 차지했습니다.
유럽이 문명을 주도한 이유는 다양합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은 사막화로 점차 중심적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 문명은 고스란히 인근의 유럽으로 전달되었습니다. 그런데 유럽은 전통적으로 분열되어 상호경쟁했습니다.
이처럼 유럽의 ‘적절한’ 분열은 혁신을 촉진했고, 중국의 ‘과도한’ 통일은 혁신을 가로막았습니다. 이처럼 사회제도 등에 따라 역사는 차별적으로 전개됩니다.
‘총, 균, 쇠’는 전통적인 역사책도 아니고 전통적인 과학책도 아닙니다. 그것은 다양한 지적 배경을 바탕으로 역사와 과학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새로운’ 역사책이며 ‘새로운’ 과학책입니다. 이것이 스테디셀러의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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